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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9.04. <인터뷰> 니시카와 나가오ㆍ유코 교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22-08-09
조회수 37
"'국가'와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국가는 나(자아)를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존재입니다"(니시카와 나가오)

"가족은 국민통합을 위한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문화장치입니다"(니시카와 유코)

니시카와 나가오(75) 일본 리츠메이칸대 명예교수와 니시카와 유코(72) 전 교토 분쿄대 교수는 국민 국가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대표적 지식인이다.

부부 사이인 이들은 문학, 정치, 철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국가와 가족이 지닌 폭압성에 주목해 왔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국경을 넘는 연대'를 주제로 마련한 '석학강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이들은 31일 한양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국가의 폭력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가의 가장 대표적 조직 중 하나가 군대입니다. 군대에 가서 받는 교육은 적군을 어떻게 죽이는가 입니다. 결국 개인을 살인자로 만들어내는 셈이죠."(니시카와 나가오)

그의 이 같은 국민국가 비판론은 어렸을 때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 체류 경험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하고, 1년간 북한에 억류됐을 때만 해도 저는 민족주의자였습니다. (아버지의 업을 이어) 군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 그곳은 이미 미국의 식민지가 돼 있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조선인 친구들이 느꼈을 고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오로지 억압적인 장치일 뿐일까. 니시카와 나가오 교수는 국민국가의 기치를 내건 메이지 유신을 예로 들면서 국민 국가가 일정 부분 '해방구'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일반인들이 길거리에서 달리는 것이 금지됐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로는 길거리에서 달리는 게 가능해졌다. 그것은 일종의 해방이었다"며 "그러나 메이지 정부는 곧이어 사람들을 군대에 적합한 신체, 공장에서 일하기 적합한 신체로 만드는데 골몰했다. 국민을 착취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남편의 논의를 니시카와 유코 교수가 거들었다. '국가의 폭력성'이라는 주제는 가족문제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행복과 풍요로움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는 가족들이 추구하는 가장 커다란 가치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고도성장이나 국력성장과 같은 담론에 (가족은) 휘말려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 가족의 풍요라는 개념은 대단히 이기적인 생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부자 나라의 가족은 가난한 나라의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가족애의 특징은 배타성입니다. 그런 점에서 가족애는 국가주의와 일맥상통합니다"

이들은 독도문제를 바라볼 때도 편협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도가 한국땅이냐 일본땅이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현혹하기 위해 독도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니시카와 나가오 교수는 "현대 국가치고, 국경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영토가 마치 국민의 행복과 연결돼 있는 것인 양 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하기 일쑤"라고 지적하면서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지율을 가장 빨리 회복하는 첫번째 방법이 전쟁이고, 두번째가 국경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독도 문제를 볼 때도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드러난 과열된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사실과 관련, "전쟁에서 고지에 국기를 꽂는 것을 연상시켰다. 참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저 국가를 해체해야 한다는 말인가.

대안이 마땅하지 않은 현 상태에서 국민 국가의 해체는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다만 '국민' 이나 '가족'과 같은 배타성을 사회 내에서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자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사회의 소수자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가족애와 국가라는 굴레를 벗고, 우리 사회가 다원화되는 게 중요합니다."(니시카와 유코)

◇니시카와 나가오는 1934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났다. 1965년대 교토대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1967-70년에 파리 르봉대에서 공부했다. 1983-85년 캐나다 몬트리올대 객원교수를 거쳐 리츠메이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저서로는 '국민국가론의 사정거리', '유럽통합과 문화, 민족 문제' 등 10여권이 있다.

◇니시카와 유코는 교토대 문학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파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숲속의 집 무녀 다카무레 이쓰에', '빌린 집과 자기 집의 문학사' 등이 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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